2019년 2월에 개봉한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사바하>.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장재현 감독의 4년만의 2번째 영화이다. 검은사제들도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사바하 역시 종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바하> 개봉 당시 239만명의 관객이 관람했지만,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던 적품이다. 하지만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에 239만명이라는 관객 수는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사바하>가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나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 같다.
<사바하>는 소녀 이금화(이재인)의 독백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1999년, 어머니 뱃속에 숨어들어온 '그것'이 금화의 다리를 뜯어먹으며 잉태되었고, 10분 먼저 태어난다. 두 아이를 받아낸 의사는 "금화는 정상이지만, 온몸이 털로 뒤덮인 채 태어난 '그것'은 곧 죽을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쌍둥이의 어머니는 일주일 후 산고로 사망하고 아버지는 충격으로 목매달아 자살했지만, '그것'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조부모의 손에서 그대로 금화와 함께 살아왔다.
한편,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밝히는 극동종교문제연구소의 소장 박웅재 목사(이정재)는 불교계에서 사이비로 의심되는 '사슴동산'이라는 종교단체를 조사하는 중이다.
사슴동산 시설은 강원도 태백과 정선에 있는데, 정보원 고요셉(이다윗)을 태백 시설에 잠입시켜 알아본 바, 의외로 교리가 건전하고 신도들에게 돈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생활이 어려운 신도에게는 보시까지 해준다고 한다. 유일하게 이상한 점이라고는 불교계 종교단체인데도 신앙대상이 부처나 보살이 아니라 '장군신'이라는 것뿐이다.
한편, 강원도에선 갈라진 콘크리트 속에서 여중생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2년 전 해당 터널을 시공한 업체를 조사해 레미콘 차량을 운전하는 김철진(지승현)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경찰은 용의자 김철진의 집까지 수사망을 좁혀오는데, 결국 철진은 아파트 옥상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나한은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떠난다.
박웅재와 요셉은 경전을 입수하러 밤중에 몰래 태백 시설에 들어가고, 숨겨진 밀실에서 경전을 손에 넣는다. 이를 해안스님이 검토한 바, 대부분 내용은 금강경과 밀교 경전을 좀 더 실천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이지만, 마지막에 있는 항마경만큼은 기독교로 치면 요한계시록에 해당하는 독자적이고 예언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항마경의 끝에는 '2000년 7월 20일 김풍사'라는 서명과 도장이 있었다. 박웅재는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김풍사'라는 인물이 수십 년 전에 활동했던 불교계 신흥종교 동방교의 창교주 풍사 김제석(정동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경전을 쓴 김제석은 1899년에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정말로 신이 된 자' 라고 불렸고, 일제시대에는 일본 밀교의 고승들과 심지어 총독조차 김제석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한다. 게다가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대주었으며, 광복 이후엔 '동방교'라는 거대한 종교단체를 이끌며 사회공헌에 힘쓰다가, 1985년 돌연 동방교를 해산하고 잠적해버린 것이 행적의 끝이라고 설명한다.
박웅재는 자살한 김철진이 어릴 적 수감되었던 소년원을 김제석이 후원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해당시설을 방문, 김철진을 포함하여 (아버지를 살해한) 소년범 4명을 김제석이 입양까지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4명의 출생지 또한 사슴동산 시설이 있는 태백, 정선, 제천, 단양이라는 데에서 항마경이 4명의 이름과 출생지를 은유한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거기에 '사천왕이 본래 악신이었으나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해 선신이 되었다.'는 것에 착안, 김제석이 소년범 4명을 자신의 사천왕으로 삼고자 입양했다고 추측한다
또한 박웅재는 사슴동산 시설 각각에 그려진 사천왕 탱화 4점 중 2점에만 광배가 그려졌음을 보고는 순교자란 의미로 추측한다. 경찰관인 누나를 통해 자료를 찾아보니, 정말로 김철진을 포함한 3명은 여자아이들을 죽인 뒤 자살했음이 밝혀지고 박웅재는 마지막으로 남은 1명 정나한을 찾아내 미행하기로 결정한다.
정나한은 마침내 이금화의 집을 찾아내어 잠입하는데, 창고에 갇혀있던 '그것'이 새 떼를 조종해 창문으로 자살 돌격을 시켰고, 겁에 질려 뛰쳐나온 뒤 '그것'이 갇혀있는 창고에 접근해보는데, 문틈으로 '그것'과 눈이 마주치고 검은 털로 뒤덮인 흉칙한 팔이 발목을 붙잡자 혼비백산하여 도망간다.
나한은 사슴동산 본부를 들리는데, 그 곳에는 이미 사망한 줄 알았던 김제석이 사진 속 모습보다 늙은 모습으로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연명 중이었고, 그를 돌보던 제자(유지태)는 '시간이 없으니 일을 서두르라'고 말한다. 박웅재도 건물에 몰래 잠입하지만, 코끼리 사육장을 보고 놀랐다가 그 제자와 마주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쫓겨나간다.
이후 박웅재는 김제석을 알기 위해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티베트 고승 '네충텐파'가 김제석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내고, 직접 만나서 그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고승은 1985년 제석을 만나 그가 정말로 미륵임을 확신하고는 그의 열두 손가락을 맞잡은 뒤 "당신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에 당신이 태어난 땅에서 천적이 태어나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다." 하는 예언을 해주었다고 말한다. 또한 밀교에서 말하는 성불이란 불사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즉, 김제석은 정말로 성불해서 불사의 존재가 되었으나, 그런 자신을 죽일 천적을 막기 위해 동방교를 해산하고 잠적, 은밀히 사슴동산과 경전을 만들었고, 자신이 태어난(=앞으로 천적이 태어날) 강원도 영월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있는 4개 도시(태백, 제천, 단양, 정선)에서 부친을 살해한 해당 지역 출신 소년범들을 자신의 사천왕으로 삼았던 것이다.
한편 요셉은 항마경의 마지막에 있는 10자리 숫자 목록의 뜻을 해석하지 못해 머리를 싸매던 중, 그 숫자들이 주민번호란 사실을 깨닫는다. 즉, 김제석은 1999년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81명을 '81마군'이라 칭하며, 소녀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입수해 경전을 만들고, 사천왕에게 그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했던 것이다.
정나한은 이금화를 납치하여 산 속에서 죽일 준비를 한다. 그 때 금화는 '집 창고에 자신보다 10분 먼저 태어나 출생신고가 안 된 쌍둥이 언니가 있으니, 그 언니도 같이 죽여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말해주자, 나한은 드디어 미륵의 천적을 찾았다고 확신하여 금화는 묶은 채 버려두고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간다.
정나한이 창고 안에 들어가자 악취가 코를 찌르며, 뱀이 '그것'의 곁을 지키며 나한을 경계한다. 이윽고 '그것'은 똑바로 가부좌를 틀어 자리에 앉은 채 자신은 김제석과 연결되었고 뱀(악)이 되어 버린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15년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한을 향해 내가 부처인 징표를 보여줄 테니 김제석의 손을 확인해 보고 물리치라며 자신의 여섯 손가락을 보여준다. 이후 조용히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은 나한이 원령들의 환영에 고통받을 때 곁을 지켜주었던 여인이 부르던 자장가였기에, 나한은 오열하며 과연 자신의 믿음이 사실인지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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